북 토크
여름,
책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한여름 햇살 아래, 피서지에 펼쳐 앉은 한 권의 책은, 바쁜 일상 대신 마음의 바닷가를 열어준다. 바닷가 그늘이나 캠핑장 테라스, 또는 일상의 작은 휴식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떠나기 전, 마음의 여행을 미리 시작해보자.
정리. 편집실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지은이: 정세진, 펴낸 곳: 개미북스, 발행: 2023년
이 책에 주로 나오는 제주도, 여름방학이라는 두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책의 서론부터 저자의 딸아이 초등학교 여름방학을 제주에서 보낸다는 말이 시작된다. 제주도 한 달 살기는 누구에게나 로망일텐데, 저자는 매년 여름이면 제주도로 향한다. 여름방학의 설레이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여름 안부를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저자의 소개가 이 책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넘기면 나오는 제주의 풍경들, 글을 읽어도 좋고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다.
해변의 카프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펴낸 곳: 문학사상, 발행: 2024년
무라카미 하루키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해변의 카프카’가 전면 개정판(제3판)으로 16년 만인 지난해 새롭게 출간했다. 소설의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복합적인 형태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평소 이십대에서 삼십대에 이르는 젊은 남성을 주요 인물로 설정해 이야기를 써왔던 작가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가치관이나 생활 방식이 굳어지지 않은 열다섯 살 소년을 화자로 내세워 삭막하면서도 근사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려냈다.
여름 빛 아래
지은이: 황수영, 펴낸 곳: 별빛들, 발행: 2022년
‘여름 빛 아래’는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문학 활동을 하는 황수영 작가의 여섯 번째 산문집이다. 이어지는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황수영. 봄인 것 같다가도 겨울이거나 여름이던 날처럼의 계절을 닮은 작가. 책에는 그런 황수영의 외로움과 슬픔, 그 속에서 더듬는 희망과 시 그리고 생활이 있다. 황수영이 온몸을 던져 생활하고 자신의 세계를 옮긴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황수영의 세계 안에서 계절을 음미하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스스로의 계절을 감각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빛을 따라서
지은이: 권여름, 펴낸 곳: 자이언트북스, 발행: 2023년
‘작은 빛을 따라서’는 내장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필성슈퍼를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여섯 식구를 책임지고 있는 슈퍼는 주변에 입점한 대형마트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는 손님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 은동은 자신의 오랜꿈,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 아카데미’의 학원비를 모으고 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져만 간다. 필성슈퍼 가족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샤워젤과 소다수
지은이: 고선경, 펴낸 곳: 문학동네, 발행: 2023년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미지의 내일을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아몬드
지은이: 손원평, 펴낸 곳: 다즐링, 발행: 2023년
2017년 처음 출간된 이래 국내 종이책 기준 1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 ‘아몬드’가 절판기간을 거쳐 재출간됐다. 책 속 주인공인 16세 소년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한다. 선천적으로 감정표현불능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윤재를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우려는 엄마와 할머니의 극진한 노력과 사랑 아래 윤재는 가까스로 별 탈 없이 자라난다. 그러나 16세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게 되면서 윤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