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문화
향기로운 퇴근,
나만의 향을 찾는 시간
직장인의 삶은 일정 주기로 나누어 흘러가곤 합니다. 주, 월, 분기, 연간이라는 시간 단위에서 집-회사-집-회사의 쳇바퀴를 돌다보면 어느새 한해가 훌쩍 지나가 있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여러 해를 보내고 올해로 만 15년, 60번의 분기, 180개월, 무려 780주를 보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과 달리 올해는 제게 매 분기별 특별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분기에 한번,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동아리 ‘소소한 공방’의 활동이 그 특별한 시간입니다.
글. 이지영 상품지원부 차장

향기로 떠나는 작은 일탈
여름이 찾아오기 시작할 무렵의 6월 둘째 주, ‘소소한 공방’의 나만의 ‘아로마 향수 & 인헤일러 만들기 클래스’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홍대의 감성 가득한 스무드 공방. 바쁘게 지나가던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듯 향기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복되는 ‘집-회사-집’의 루틴에 갇힌 하루 속에서,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던 나만의 향수 만들기 체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낯선 듯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된 체험 “So the moment has come again~ the time to say goodbye~♪”
요즘 들어 그 누구보다도 반가운 맑고 청량한 그녀의 목소리, 우리 회사의 퇴근송이 나오자마자 오늘 체험을 함께할 같은 부서 팀장님 두 분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부장님께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퇴근 시간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따라 걷다 보면 아담한 간판이 보입니다. 스무드 공방은 아로마 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으로, 은은한 조명과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맞아주는 곳이었습니다. 이날 클래스는 총 1시간 가량 진행되었으며, 여러 부서의 동료들이 직급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어우러졌습니다.
평소 인사만 겨우 나누었던 얼굴들과 이 기회를 빌려 마주 앉으니 어색함보다는 반가움이 먼저였고, 시작 전부터 자연스레 웃음이 오갔습니다.
강사님의 안내에 따라 총 6가지 아로마 향을 시향해 보며 나에게 맞는 향을 고르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라벤더, 베르가못, 일랑일랑, 시더우드 등 향 하나하나에 각각의 특징과 효과가 담겨 있었고, 그 향들을 조합해 오직 나만의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다양한 아로마 오일을
시향하며 나와 맞는 향을 찾아가다 보면 뾰족하게 날 서 있던 긴장과 불안한 감정이 잠재워지는 것 같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조합의 고약한 향을 만들어 함께 앉은 동료들에게 짓궂게 공유하며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의 스트레스가 날아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테이블의 프레시한 후배는, 본인만큼이나 상큼하고도 기분 좋은 향기를 만들어내 고전하고
있던 40대 선배들에게 “오!” 하는 감탄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몰입과 작은 대화의 힘
우리 동아리 대부분의 활동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번에 체험했던 향수 만들기 체험의 가장 큰 특징은 I(내향) 성향이든 E(외향) 성향이든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페이스로 활동을 하며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나만의 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고, 서로의 선택을 공유하며 조심스레 의견을 나눠 보기도 합니다. 짧은 대화 속에서 잊고 있었던 동료의 웃음도 오랜만에 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손가락을 오밀조밀 움직이며 몰입하다 보면, 평소 손에 쥔 스마트 폰 속 유튜브와 인스타로 도파민에 중독된 뇌가 해독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더불어 팀을 넘어서, 직급을 넘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 주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공방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향을 맡고, 손으로 작은 병에 담아내는 과정은 마치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같았습니다. 완성된 향수는 바로 사용하지 않고 2주 정도 숙성 후 사용할 수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뿌듯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나만의 향, 나만의 기억
오늘 체험에서는 향수뿐 아니라 ‘인헤일러(휴대용 아로마 스틱)’도 함께 만들 수 있어 선택의 폭도 넓었습니다. 직접 만든 인헤일러는 출근 전이나 스트레스받을 때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힐링 도구가 되었고, 내가 만든 향수는 내 책상 위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체험은 단순한 ‘향수 만들기’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동료와의 관계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또한 홍대라는 지역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퇴근 이후의 시간을 다채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 나 혼자서, 홍대라니요. 사춘기의 문을 두드리다
못해 쿵쾅 열어버린 중1 딸과 아직은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초4 딸을 둔 워킹맘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자유! 자유의 시간이었습니다.
분기별 1번씩 찾아오는 이 시간은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직장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며, 동시에 동료들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촉매제가 되어줍니다.
혹시 퇴근 후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지만 망설였던 분이 계신다면, 사내동아리 ‘소소한 공방’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꼭 동아리 신청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지역별로 나만의 향수 만들기 공방을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무거운 준비나 큰 결심 없이도, 신청 버튼 한번 만으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퇴근 이후의 시간이 조금은 길게
느껴졌던 하루, 향기로운 기억 하나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벌써 다음 분기, 가을의 문을 두드릴 즈음 찾아올 소소한 공방의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나만의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