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미학
삶을 빚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물레 위의 순간
임혜련 부평지점 과장 &
박지은 남대문지점 선임
평소 예쁜 그릇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지만,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바쁜 일상 속 소중한 기회를 얻어, 부평지점 임혜련 과장님과 함께 퇴근 후 도자기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체험하러 가던 날, 올여름 들어 가장 세찬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에 흠뻑 젖은 채 숨을 고르며 공방 문을 열었을 때, 시원하게 들리는 빗소리와 도자기, 대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이 어우러져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글. 박지은 남대문지점 선임 사진. 홍승진 실장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궁궐로 드는 길
도자기는 성형, 건조, 초벌, 유약 입히기, 재벌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날은 다양한 성형 기법 중에서도 물레 기법을 활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물레 기법은 회전하는 원판 위에 흙을 올려놓고 손으로 형태를 빚어가는 방식으로, 손의 압력과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물레 작업은 오른발로 물레가 회전하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동시에 양손으로 흙을 만져야 하는 만큼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물레는 미대생들도 처음엔 다들 어려워하는 작업이라, 오늘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 덕분에 한결 편한 마음을 가지고 물레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임혜련 과장님은 사랑스러운 두 아들을 위한 요거트볼을, 나는 스스로를 위한 밥그릇과 접시를 빚기로 했다. 물레 작업의 첫 단계는 엄지손가락을 흙덩이의 가운데 넣고, 바깥쪽으로 밀면서 구멍을 뚫는 것이다. 이후 손가락으로 흙을 위로 끌어 올리며 원하는 높이와 두께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물레를 돌리며 다듬는다.
오른발로 조절하는 물레의 속도와 손가락에 들어가는 미세한 압력에 따라 흙의 모양이 순간순간 달라지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하는 작업이었다. 덕분에 눈앞의 흙과 오른발, 손끝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복잡한 일상과 잡생각들은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정답이 없는 도예,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다
“도자기에는 정답이 없어서 어떤 모양이 맞고, 어떤 모양은 틀리고가 없어요. 스스로가 만족하는 모양을 만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선생님이 체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강조한 말처럼, 한 덩이의 흙을 어떤 모양으로 완성할지는 스스로가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처음 만든 도자기는 어설펐지만, 어느 정도 원하는 모양에 가까워졌을 때 만족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그릇의 성공에 욕심이 났는지, 두 번째 도자기를 만들 땐 “이 부분이 조금 약해져 있다”라는 선생님의 경고에도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손을 대다 보니 결국 도자기가 찢어지고 말았다. 순간 ‘그냥 선생님이 멈추라고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자기는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결국 어디에서 만족하고 멈출지는 물레를 돌리는 본인이 깨달아야 하는 지점이었다.
찢어진 두 번째 도자기를 버리고 새롭게 도자기를 빚을 때는, 내가 원하는 모양이 이미 나왔음에도 깨닫지 못하고 과하게 만지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적당한 모양이 나왔을 때 만족하고 물레를 멈출 수 있었다. 더 많이 만진다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몰입하는 과정 속에서도 잠시 물레를 멈추고, 내가 정말 원하는 모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번 도자기 체험을 통해 일상에서도 회사에서도,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때로는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돌아보는 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삶과 닮아 있는 물레 체험은 특별한 추억과 함께 내게 소중한 지혜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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