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시간

잡담만 잘해도
당신은 호감형

잡담이란 쓸데없이 떠드는 말을 뜻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잡담이 쓸데없어 보일 수 있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잡담은 긍정적인 첫인상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대인 관계에도 도움이 되며 비즈니스 파트너의 긴장과 경계를 풀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 상대와의 공통점 등 잡담의 단골 소재를 갖고 지속적으로 상대방과 잡담을 주고받아야 한다. 잡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누구와도 잡담을 할 줄 알아야 잡담 능력을 단련할 수 있다.

글.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주는 잡담

대중교통 중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레 관찰하게 된다. 특히 할머니들이 참 잡담을 잘 하는 편이다. "어디 갔다오느냐", "딸네 집에 김치 해주고 오는 길이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온갖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러면서 급속히 친해진다. 내리면서 아쉬워하기까지 한다. 처음 본 사람과 저렇게 쉽게 친해진다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처럼 느껴진다. 근엄하고 엄숙한 대한민국 아저씨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은 잡담을 자주 하는 편인가, 아니면 주로 진지한 얘기만을 나누는 편인가? 회의를 할 때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가? 아니면 주제와 별 상관없는 얘기를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편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가?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잡담이다. 잡담이란 말 그대로 잡스러운 말이다.

잡담은 상대를 받아들이기 위한 행위이다. 잡담은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준다. 잡담을 하는 순간 그 사람과의 사이에 다리가 만들어진다. 접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다리만 유지하면 다른 화제는 저절로 따라온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 동물을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법이다. 잡담에 능한 주인이 다시 가고 싶은 가게를 만든다. 잡담은 땅 고르기와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잡담은 타인을 고독에서 구한다. 스탠딩파티 같은 곳에서 인맥을 넓히고 싶다면 먼저 따분해 보이는 사람, 내내 서 있는 사람, 화제를 꺼내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건강 비결이다. 격의 없는 잡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잡담은 사실 중요한 능력

할 말이 없어 주뼛거리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잡담 한두 마디를 나눌 수 있다면 뻘쭘한 분위기는 금세 사라지곤 한다. 우리는 매일 잡담을 해야 할 순간에 처하고 또 매일 잡담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잡담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래끼리 하는 대화에서는 엄청 활기를 띠는데 자신과 처지가 다른 사람, 세대가 다른 사람, 환경이 다른 사람과 맞닥뜨리면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린다. 이때 상대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잡담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며 좀 더 많은 만남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회생활뿐 아니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상황에서 갖춰야 할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잡담은 반드시 익혀야 할 능력이다. 잡담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의해보자.

첫째, 잡담을 잘하면 첫인상이 좋아진다. 인사만 달랑 하는 사람과 인사 후 간단하게 한두 마디 잡담을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인상에 남을까? 둘째, 잡담 능력은 대인 관계에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대하는 사람은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 셋째, 잡담은 분위기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잡담은 인간관계의 불필요한 긴장감을 없앨 수 있다. 넷째, 잡담을 하면 상대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 현대인은 늘 긴장하면서 살고 있다. 어깨에 늘 힘이 들어가 있다. 근데 이런 상태에서는 진실한 얘기를 나누기 어렵다. 긴장시키는 건 쉽지만 긴장 풀어주는 건 어려운데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 바로 잡담을 건네는 것이다. 다섯째, 잡담이 실제 일에 도움이 된다. 최고의 영업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지만 영업을 하는 것'이고, 최악의 영업은 '무조건 들이대는 것'이다. 잡담이 사실 중요한 능력이다. 누구 하고나 잡담을 잘한다는 건 엄청난 무기를 장착한 것과 같다.




잡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잡담에 능해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원칙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잡담은 알맹이가 없어야 한다. 알맹이가 없다는 데 잡담에 의의가 있다. 둘째, 잡담은 인사에 더해 이뤄진다. 인사를 나눈 후 던지는 가벼운 그 무엇이다. 셋째, 잡담에는 알맹이가 없고 목적이 없는 만큼 결론 따위는 필요 없다. 넷째, 잡담은 과감해야 한다. 과감하게 시작하고 과감하게 맺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잡담은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5가지 원칙을 이해한 다음 잡담의 기본 매너를 익히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누구라도 잡담을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말솜씨가 좋은 것과 잡담에 능한 것은 분명 다르다. 쓸데없는 말로 치부해 잡담을 싫어했던 사람도,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숫기가 없는 사람도 말문이 트여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잡담은 토론이 아니다. 결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능수능란한 화술과도 관계가 없다. 알맹이가 없는 의미 없는 대화일지라도 분위기를 만들어 상대의 호감과 신뢰를 얻는 데 의의가 있다. 필요한 것은 잡담을 이어갈 수 있는 스킬이다.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긍정과 칭찬으로 대하는 것,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아 화제를 이끌어 가는 것 등이 그러하다. 잡담은 화제가 풍부하거나, 수다를 좋아하거나, 말솜씨가 뛰어난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잡담을 단련하는 방법

첫째, 칭찬이다. 칭찬으로 마음 문을 여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한다. 최선은 사소한 칭찬이다. 칭찬은 잡담의 기본이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특별할 것 없는 부분을 칭찬하면 된다. 둘째,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대상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지금 핫한 화제를 입수했다면 바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매일 뉴스와 신문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잡담 소재를 얻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셋째, 말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골이 아닌 패스에 능해야 한다. 잡담에서는 상대의 화제와 자신의 화제가 차지하는 비율, 즉 화제 지배율이 중요하다. 넷째, 자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잡담을 못 나누는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자의식이다. 요즘 사람들은 말을 잘 건네지 못한다. 과도하게 쑥쓰러워하거나 낯을 가린다. 잡담을 잘하고 싶다면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다. 다섯째, 사람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흔히 그 사람과는 급이 맞지 않는다면서 까칠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와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는다. 잡담은 다르다. 잡담은 누구 하고나 할 수 있다. 누구 하고나 잡담을 할 수 있다는 건 별다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럼 어떤 얘기를 소재로 삼아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한눈에 들어오는 범위 내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보면 된다. “이건 뭐예요”라고 묻기만 해도 괜찮다. 잡담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재 창고를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늘 감성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럼 정보 감각이 높아져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게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 다른 정보를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게 되는데 이것이 잡담의 기초 체력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잡담 능력은 선천적인 게 아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과 절대 잡담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사람과 급이 맞는 사람과는 말을 잘하지만 자신과 다르거나 급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이다. 늘 잡담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본론은 천천히 하는 사람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얘기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을 걸고 누군가 말을걸 때 잘 응대하는 사람과 절대 남에게 말도 걸지 않고 남이 말을 걸어도 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여러분이 결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