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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문 계절,
교토의 봄

교토의 봄은 조용히 찾아온다. 북적이는 도시의 봄과는 다르게, 소란스럽지 않다. 담벼락 너머 가지 끝에 작고 여린 꽃망울들이 맺히기 시작하고, 바람은 서서히 부드러워진다. 겨울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며, 교토의 골목과 강변은 분홍빛 기척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오랜 역사를 반영한 신사와 사찰이 가득한 이곳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글. 편집실

봄날의 풍경과 사람들

카모가와 강변에 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 모여든다. 누군가는 자전거 페달을 느리게 밟으며 강을 따라 달리고, 누군가는 강가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어 벚꽃 아래 하늘을 바라본다. 잔잔한 강물 위로 비치는 꽃 그림자,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속에 흔들리는 분홍빛. 봄의 교토는 소리 없이, 그러나 온몸으로 계절을 노래한다.
벚꽃 명소로 빠지지 않는 철학의 길 역시 눈부시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수십 그루의 벚나무는 매년 잊지 않고 꽃을 틔운다.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던 꽃이 어느새 길 위로 아치처럼 이어지고, 그 아래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연인들은 손을 맞잡고 속삭이고, 아이들은 꽃잎을 줍느라 바쁘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름다운 꽃잎이 하늘에 날릴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기온 거리의 봄은 조금 더 색다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좁고 긴 골목 사이로 붉은 초롱이 하나둘 켜진다. 나무로 된 전통 가옥 사이로 스미는 노을빛과, 사뿐히 내딛는 게이샤의 발끝에서 번지는 소리 없는 봄. 거리 끝 작은 찻집 마루에도, 신사 담벼락 위에도, 어느새 꽃잎들이 내려앉는다.






마음에 머무는 교토의 계절

봄을 느끼기 위해 이 도시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일본의 오랜 역사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누군가는 옛 추억을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멈춤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교토의 봄은 그런 이들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걸으라고, 고개를 들어 바람을 보라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해줄 뿐이다.
봄의 절정이 지나면, 교토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꽃잎이 바람에 쓸려 거리 모퉁이에 모이고, 카모가와 강물 위로 천천히 흘러간다. 벚꽃의 계절은 길지 않다. 수천 송이의 꽃이 한순간 만개하고, 이내 눈처럼 흩어진다. 사람들은 그 짧은 순간을 붙잡기 위해, 아침 일찍 거리로 나서고, 밤이 되어서도 불빛 아래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본다.
그것이 교토의 봄이 가진 가장 큰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찬란하고, 머무르지 않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 벚꽃은 해마다 피고 지지만, 올해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이 도시에 스며든 봄의 풍경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날 가족과 함께 걸었던 골목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혼자 떠난 여행길의 쓸쓸한 오후로.


그렇게 봄은 끝난다. 그리고 계절은 바뀌고, 교토의 거리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봄날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계절이 남아 있을 것이다. 바쁜 하루 끝, 지하철 창밖 스치는 벚꽃 풍경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골목의 초저녁 풍경 속에서.
교토의 봄은 그렇게,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의 마음속에든 조용히 자리하고, 때때로 삶의 속도에 지쳐 멈추고 싶을 때, 그곳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꽃잎이 떨어지던 그 골목에서처럼, 바람에 흩날리던 그 강변에서처럼.
교토의 봄은, 늘 그런 식으로 찾아와, 아무 말 없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