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人터뷰 ②

학교 종이가 만든 작은 숲,
도서관에서 피어나다

「제44회 국민독서경진대회」 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부문 ‘최우수’
서울 성북구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

나폴레온 힐이 쓴 <기록하면 이루어진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의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같은 많은 책들은 ‘기록이 지닌 힘’을 강조한다.
박기순 서울 성북구 성북동새마을문고 회장은 2024년을 시작하며 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일지에 ‘전국 1등 도전’이라고 적었다.
이후 12월 17일,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이 ‘2024 대통령기 제44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운영일지에 쓴 꿈은 이루어졌다.


글. 임영현 사진. 홍승진

2024년 ‘북정북정할 만해’로 북적북적

서울 성북구 성북동주민센터 4층에 자리를 잡은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평일(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보유한 책은 5,586권. 주민들은 한 번에 5권까지 2주 동안 책을 빌릴 수 있다. 회원 30명이 도서관 운영에 함께하는데, 1997년 개관 당시부터 활동 중인 회원들이 많아 젊은 회원들이 이들의 열정을 직접 느끼고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
박기순 회장은 회원들을 ‘윤슬’이라고 표현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한다.
“호수같이 잔잔하고 평온한 인성을 지니고 계세요. 사랑과 존경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답니다. ‘함께하면 멀리, 즐겁게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협동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4년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어느 해보다 북적였다. 그 이유는 ‘2024 대통령기 제44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한 ‘북정북정할 만해’ 때문이다.
새마을문고중앙회 성북구지부는 ‘알뜰도서 교환시장’을 매년 개최한다. 주민들이 읽은 책을 가져오면 새 책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다. 이 중에는 폐기해야 할 책이 섞여 있다. 또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오래되어 책장에 비치할 수 없는 책도 발생한다. 박기순 성북동새마을문고 회장은 이러한 책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북정북정할 만해’를 기획했다.
사업명 ‘북정북정할 만해’는 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한용운 선생의 호 ‘만해’와 마을 이름 ‘북정’에서 따왔다. 또한 ‘북정북정’은 ‘BOOK정BOOK정’이기도 하다.
성북동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이 있다. 사적 ‘만해 한용운 심우장’ 뒤편, 한양도성 성곽이 보이는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 바로 북정마을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성북문화원 소개에 따르면, 조선시대 이곳 주민들은 무명이나 베, 모시 같은 포목을 삶아 말리고, 겨울에는 메주를 담가 시전에 납품했다. 인부들이북적북적하고, 솥에서 ‘북적북적’ 끓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북적마을 또는 북정마을로 불렀다고 한다.
“심우장과 북정마을이 있는 성북동의 별칭이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북적북적’ 문화예술을 공유하고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북정북정할 만해’로 이름 붙였습니다.”



“쓰임을 다한 책이 재생종이로 새롭게 탄생해 책갈피, 액자, 화분으로 변신”

버려질 책이 재생종이와 화분으로 새 쓰임 얻어

폐기를 기다리던 책은 주민들과 함께 만든 재생종이로 새 쓰임을 얻었다. 재생종이에 눌러 말린 꽃(압화)을 붙이고 손 글씨를 더했더니 독서를 돕는 책갈피로, 공간 분위기를 확 살려줄 액자로 변신했다. 2024년 9월에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했다. 9월 11일 성신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생종이에 마을 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9월 27~28일 열린 성북동문화재야행에 참여해 재생종이 만들기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세계 각국 대사관이 많은 성북동 특성을 반영해 튀르키예 모자이크 램프를 만들어 보고, 전통문화 체험 공간인 예향재에서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전래놀이인 죽방울놀이 체험도 진행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같은 건물에 있는 한빛어린이집 아이들이 참여해 태극기를 그려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버려질 운명에 처한 책을 분쇄해 재생종이로 만든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더 나아가 책을 파냈다. 책 한가운데 동그랗거나 네모난 구멍을 파서 화분 넣는 공간을 확보하거나 자라는 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 없는 다육식물을 심어 책 자체가 화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식과 지혜를 키우는 책이 ‘북정북정할 만해’를 통해 생명을 키우는 화분이 됐다.

“책을 파내는 작업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동영상을 참고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갔어요. 두꺼운 책은 한 권으로, 비교적 얇은 책은 몇 권을 겹쳐 화분을 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파내기 힘든 딱딱한 표지는 그대로 남기고 끈으로 고정해 장식하는 등 말 그대로 세상에 하나뿐인 친환경 작품을 만들었다. 2024년 10월에는 재생종이와 색종이로 만든 종이학 3,000마리로 벽화를 꾸미기도 했다.
“종이학 벽화를 만들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종이학 접는 방법을 잊으셨다며 다시 배우기도 하셨죠. 종이학을 접어 선물했던 학창 시절 이야기로 웃으면서 종이학 벽화를 완성했습니다. 함께 만든 작품을 보면서 모두가 만족했어요. 주민센터를 찾은 분들에게 벽화 작품이 어떤지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좋다’, ‘멋있다’고 평가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이렇듯 ‘북정북정할 만해’는 오래된 책을 갈고 파내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며 예술을 일상으로 불러들였다.

2025년엔 주민들과 더 가까이

Device 2024년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새마을문고중앙회가 주최한 이번 ‘2024 대통령기 제44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부문 최우수상뿐만 아니라 독후감 개인 최우수상, 독후감 단체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24년 11월에는 새마을문고중앙회 서울특별시지부가 주최한 서울특별시대회 새마을작은도서관 운영부문 최우수상, 독후감 개인 최우수상, 독후감 단체부문 장려상 선정이라는 성과도 냈다.
박기순 회장이 밝힌 2025년 운영 방향은 ‘느림의 미학’이다.
“지난해 전국 1등에 도전하면서 도전의 벽이 참 높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진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도자님들의 응원과 새마을문고중앙회 성북구지부 임원진, 사무국의 응원에 힘입어 전국 1등이라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지난해를 달려오며 놓친 작은 순간들도 있는 듯해요. 올해는 자연과 더불어 천천히 사는 여유 있는 삶, 작은 것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도서관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계획입니다.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좀 더 가까이, 친근하게 다가가려 합니다.” 2024년 빛나는 성과를 낸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 책과 예술을 매개로 더 가깝게 소통해 나갈 성북동새마을작은도서관의 행보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작은 것을 소중히 생각하는 도서관으로 더 가까이, 더 친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