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人터뷰 ①

학교 종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마을,
어르신들의 젊은 날을 되찾다

2024 좋은 이웃 만들기 마을공동체 경진대회 ‘최우수’
경남 통영시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

남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맞이하는 경남 통영시 봉평동.
이곳에는 468세대가 모여 사는 도남주공아파트가 있다.
낮은 아파트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특히 마을공동체가 여는 특별한 ‘학교’ 덕분에 함께하며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웃이 있어 더욱 그렇다.


글. 임영현     사진. 김기현,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 위해 힘 보탠 많은 이웃들

2024년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에는 경사가 났다. ‘2024 좋은 이웃 만들기 마을공동체 경진대회’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심양면으로 마을공동체를 지원한 이웃들의 역할이 컸다.
“1,000여 명의 새마을지도자와 1,6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통영시새마을회는 4개 정식단체와 7개 협력단체가 새마을운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가족처럼 화합과 단합을 이루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은정 경남 통영시새마을회 사무국장이 소개한 통영시새마을회의 화합과 단합은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가 빛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24년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새마을동아리와 청년새마을연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퇴임한 읍면동회장 30명이 마음을 모아 통영시새마을회에 후원회가 새로 생긴 성과만큼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의 최우수상 수상은 통영시새마을회의 좋은 성과로 기록됐다. 통장인 김전옥 추진위원장(전 봉평동새마을문고 회장)과 제승란 도남주공아파트 관리소장, 강혜경 봉평동협의회장, 서미선 봉평동부녀회장, 이연희 봉평동문고회장 등 5명이 모여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어르신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주민과 함께할 의미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논의한 결과, 바로 ‘학교 다녀오다녀오겠습니다’라는 사업이 탄생했다.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바깥으로 나와 이웃과 함께하시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는 봉평동 새마을단체와 김은정 사무국장 등 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전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는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탰다. 브레드이발소청년새마을연대와 랄라청년새마을연대,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새마을동아리, 통영해양경찰서 홍보팀, 봉평동주민센터 등이 학교 운영에 참여했다. 5명이던 추진위원은 3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좋은 이웃’이란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는 사이”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는 좋은 이웃

2024년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가 운영한 학교는 ‘좋은 이웃을 만나러 가는 학교’였다. 이연희 문고회장은 여기서 ‘좋은 이웃’이란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사업을 기획하면서 지나가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 웃으면서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곧 좋은 이웃이라고 설정했습니다. 이 단순한 목표를 위해 많은 분이 재능을 나눠주셨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진행하면서 성함과 얼굴이 익숙한 어르신들이 늘어갔습니다. 정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새 학기를 열듯 도남주공아파트 공동체는 2024년 5월에 새마을지도자와 주민, 어린이집 원생 등이 모여 공용화단에 수국을 심는 첫 수업을 진행했다. 6월에는 통영해양경찰서 홍보팀의 장수기원 사진 촬영, 이은정 문고 미수동분회장의 환경 수업으로 특별활동을 진행했다.
7월에는 미니 케이크도 만들었다. 장수기원 사진 촬영을 위한 헤어메이크업, 케이크 만들기는 2023년 9월부터 활동 중인 브레드이발소청년새마을연대의 재능 기부로 가능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가까워지는 이웃들 그리고 따뜻해지는 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새마을이 아닐까. ”

“미니 케이크 만들기 참여 어르신 중 마을축제에서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진행할 우리 동네 요리 강사 5명을 선발한다고 알려드리니 배우는 태도도 사뭇 진지했습니다. 요리 강사로 임명장도 받으시고, 나중에 학사모 쓰시고 졸업 사진을 찍으시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 명문대 졸업생보다 행복해 보이셨거든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웃과 나누는 뿌듯함을 선사한 귀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 곽순정 브레드이발소청년새마을연대 회장

8월에는 유상득 통영꽃판매장 대표의 지도와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새마을동아리 회원들의 지원으로 꽃꽂이 교실도 열었다. 우리 동네 요리 강사처럼 꽃꽂이 실력을 뽐낸 어르신들을 우리 동네 미술 강사로 선발했다.

“꽃꽂이 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그래서 우리 동네 미술 강사로 선발될 수 있었나 봐요. 9월 10일에 열린 마을 축제에서 재활용 음료병에 꽃을 담아주는 활동을 했어요. 통영시새마을회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 동네 미술 강사’이자 졸업생 윤선자 어르신

‘우리’에 관심을 두는 넓은 이웃

10월 산청군으로 떠난 가을 소풍, 11월 졸업식 개최에 이르기까지 추진위원회는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하실 수 있도록 참여율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회가 거듭될수록 어르신들의 표정도 화사하게 피어났다.

“처음 안내를 드렸을 땐 ‘뭐고?’하는 반응이셨어요. 매달 홍보물을 제작해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하고, 안내 방송도 했죠. 단지에서 수업 신청하신 어르신을 뵈면 날짜와 시간을 여러차례 알려드렸어요. 회차가 거듭되면서 어르신들이 먼저 참여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더라고요. 매월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어르신들의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기대만큼 만족도가 크니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도 더 풍성해졌습니다.”

• 제승란 관리소장

“‘오늘 오시는 날짜예요.’라고 전화 드리면 잊어버리고 계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근무 날짜를 바꾸시고 오신 분, 결석하지 않기 위해 병원 예약 날짜를 바꾸고 오시는 어르신들이 있어 뿌듯했습니다.
‘나 이런 거 할 줄 몰라’라며 두려워하셨던 분들이 수업 후 자신감이 생기셨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 김전옥 추진위원장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이 꽃꽂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수업 장소가 승강기가 없는 지하라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덕분에 관리소 직원들까지 함께하게 됐다. 관리소 직원이 대신 수업에 참여해 만든 꽃바구니를 해당 어르신께 전달할 정도로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진심이었다.

“이웃을 위해 건강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6개월 동안 주민들과 한마음이 되어 무척 보람을 느꼈고 행복했답니다.”

• 강혜경 봉평동협의회장

이렇듯 도남주공아파트 마을공동체가 만난 좋은 이웃은 아파트 거주자뿐만이 아니었다. 참여 어르신과 아파트 관계자들은 물론, 동참한 단체와 사람들까지 좋은 이웃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마을 공동체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몹시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남주공아파트에서처럼 누군가 먼저 시작을 한다면 어디에선가 따뜻한 도움이 다가올 수도 있다. 회가 거듭될수록 가까워지는 이웃들 그리고 따뜻해지는 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새마을이 아닐까.